[책 속 한 문장] 고민하는 힘 - 강상중 / 좋은 책 / 좋은 구절 / 좋은 문장 / 추천 도서 / 추천 책 / 인기 책 / 베스트셀러 / 독서 / 책 읽기 / 서평 / 리뷰 / 요약 / 발췌 / 정리 / 서점 / 인터넷 서점

 

고민하는 힘 (양장)
국내도서
저자 : 강상중 / 이경덕역
출판 : 사계절 2009.03.27
상세보기

 

<한줄평> 부적응의 힘.

 

1장 나는 누구인가?

 

스물 살 때의 일입니다. 부모의 나라인 한국을 처음 찾아가 여러 가지를 보고 들으면서 깊이 생각한 것이 계기가 되어, 내가 인생에 대해 묻는다기보다는 인생이 내게 묻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p.29)

 

앞에서 말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경험하기 이전의 나는 자기중심주의에 푹 빠져 있었던 사람입니다. 얼핏 보면 순진무구한 청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가 쌓아 올린 작은 성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밖을 향해 뚫어 놓은 구멍을 통해서 바깥 세계를 바라보며 모든 인간을 의심하고 오로지 자기 일에만 열을 올리던 거의 나르시스트와 비슷한 자기중심자였던 것이지요. 그러니까 해가 뜨든 날이 저물든 머릿속에 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습니다.(p.30)

 

그렇다면 비대해 지는 자아를 멈추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정신병리학자이며 철학자였던 카를 야스퍼스(Karl Theodor Jaspers, 1883~1969)가 한말입니다. 야스퍼스는 막스 베버를 사숙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의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파멸한다.”

나 또한 그러했기 때문에 쉽게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기의 성을 단단하게 만들고 벽을 높게 쌓으면 자기라는 것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하면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또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그것은 오해입니다. 자기의 성만을 만들려고 하면 자기는 세워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궁극적으로 말하면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p.38-39)

 

- 그렇게 지금 나를 보라. 삐뚤어진 괴물이 내 안에 살고 있다. 더욱더 강해져 상대를 밟고 꿇고 숙이게 만들려는 그 괴물. 그러자 어쩌다 얻게 된 작은 힘도 기회만 오면 사용하려 든다. 하지만 그것이 한없이 나약해 지는 길임을, 그것도 아주 빠르게, 왜 모르는가?

정말 무서운 사람은 그런 이가 아니다. 사람을 소름끼치게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3장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무엇이든 알고 있는 박식한 사람은 훌륭하다고 생각 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본래 박식한 사람’, ‘정보통지성은 엄격하게 구분된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있다(know)’사고하다(think)’는 다릅니다. ‘정보(information)’지성(intelligence)’는 같지 않습니다.(p.65)

- 이어지는 예 <컴퓨터 조작에 능숙한 초등학생이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여행 계획을 짤 경우>

 

어머니는 이른바 전근대적 종교적 전통이나 관습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사계절에 따른 행사, 세시풍속, 사람의 죽고 사는 것, 성장과 쇠퇴에 대한 생각 등 그 모습은 마치 음력의 세계인 듯했는데, 놀라운 것은 순환을 되풀이하는 자연의 섭리와 정확하게 일치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진정으로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할 때 거기서도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이 무렵 바다에 들어가 모시조개를 잡으면 모래가 적고 살이 통통한 것이 많다든가, 이때쯤 약초를 먹으면 몸에 좋다는 것과 같은 지혜입니다. 이런 자연에서 얻은 지식을 다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사회는 지금 모든 것의 경계가 허물어진 상태가 되었고, 거기에 엄청난 정보들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분명 인간의 뇌에는 한계가 없고, 그대로 내버려두면 끝없이 확대되고 자기 위주로 국경 없는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그러나 현실의 육체나 감각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반대로 자기 세계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형태로 한정 합니다. 그 경우에 세계를 닫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열어 둔 채로 자기 신체에 맞춰 한정합니다. 그렇듯 자연에서 얻은 의 모습은 그 세계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p.76)

 

 

4장 청춘이란 아름다운가?

 

해답이 없는 물음을 가지고 고민한다. 그것은 결국 젊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달관한 어른이라면 그런 일은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나는 청춘이란 한 점 의혹도 없을 때까지 본질의 의미를 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자기에게 도움이 되든 그렇지 않든, 사회에 이익이 되든 그렇지 않든 알고 싶다는 자기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갈망과 같은 것을 솔직하게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좌절과 비극의 씨앗이 뿌려져 있기도 합니다. 미숙하기 때문에 의문을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위험한 곳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이 청춘이라고 생각합니다.(p.85)

 

바싹 마른 청춘의 모습

한편 그와 같은 고뇌를 하지 않고 청춘을 보내고 있는 젊은 사람들도 아마 많을 것입니다. ‘라든지 자아와 같은 것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 말입니다.

자아의 어둠을 찾다 보면 이유도 모르는 이매망량(온갖 유령과 도깨비)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에 그것을 피한다는 의미에서 고민 없이 사는 것도 현명한 삶의 방식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얼핏 원숙한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진짜로 원숙한 것이 아니라 바닥이 얕은 원숙함, 즉 원숙한 기운만 풍기는 것이지요.

그들의 태도는 온갖 인간관계에서 분명한 태도를 취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깊이 들어가지 않고 능숙하게 피해 가는 방법과 통합니다. 친구 관계도 그렇고 연애나 섹스에서도 아마 그렇겠지요.

인간의 자아 속에는 즉물적 지의 측면도 있고 원초적 생각과 감정 같은 것도 있습니다. 그런 것이 모두 모여 형성된 것이 자아입니다. 본래 청춘은 타자와 미칠 듯이 관계성을 추구하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공공연한 생생함은 적극적으로 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지만, 나는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발기불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서 서장에서도 말했지만 바싹 마른 건조한 청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p.87-88)

 

뭐라 말할 수 없는 권태와 끓어오르는 정열로 찢어지고,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청춘의 참혹함(p.93)

 

 

6장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상당한 자산을 가진 사람의 아들이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평생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유산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그 사람은 거의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일이 아닌 학문 연구를 하며 살았습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콤플렉스 덩어리였다고 합니다.

그 콤플렉스의 정체는 스스로 제구실을 못한다는 생각입니다. 재산이 있고 없음을 떠나서 일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사람의 마음에 중압감을 안겨 줍니다.(p.109)

 

즉 인간은 이상이나 환상을 그리며 원하고, 환상은 무한히 아름답게 펼쳐지지만 그것만으로는 살 수 없고 왜소한 현실 속에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마치 타협의 산물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이 어른이 된다는 말의 뜻입니다. 이전까지의 다이스케는 아무리 교양이 높고 아무리 상대를 현혹시킬 수 있는 현명함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아이였습니다. 따라서 다이스케의 아버지가 일을 해야 제구실을 하게 된다고 말한 것은-이 경우 상당히 속물적인 잔소리겠지만-진실입니다.(p.113)

 

사회 속에서 형성되는 사람들의 관계는 깊은 친구 관계나 연인 관계, 가족 관계 등과 다른 면이 있습니다. 물론 사회 속의 관계도 상호 인정의 관계이지만 이 경우 나는 배려(위로의 눈길을 향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를 하고 있던 그가 들은 말은 배려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나는 사람은 왜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타자로부터의 배려그리고 타자에 대한 배려라고 말하겠습니다. 그것이 없다면 일하는 의미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 일이 그 사람에게 보람 있는지 없는지, 그의 꿈을 실현시켜 줄지 그렇지 않을지는 다음 단계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면, 이 배려라는 인정의 눈길은 가족이 아니라 사회적 타자로부터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p.118)

 

 

7장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사랑은 계속 모습이 변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 순간 둘 사이에 물음이 있고 서로 그 물음에 대해 반응할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람이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법칙은 없습니다. 체스를 두는 것처럼 사전에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수를 두는 것이지요. 그와 마찬가지로 상대가 던지는 물음 하나하나에 대응하다가 마지막에 상대가 던지는 물음에 대응할 의지가 사라지게 되면 사랑은 끝이 납니다.(p.136-137)

 

생각해 보면 부부에게는 부모 자식 같은 혈연관계가 없습니다. 원래는 피가 섞이지 않은 타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이 세상을 떠나면 비탄에 잠기고 상대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갖습니다. 그것은 사랑이 모습을 바꾸면서 서로 속에 존재하고 그렇게 쌓인 것이 자기 인생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따라서 사랑이 성취되었는지 어떤지는 인생이 끝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입니다.(p.138-139)

 

고민하는 힘 (양장)
국내도서
저자 : 강상중 / 이경덕역
출판 : 사계절 2009.03.27
상세보기

 

[책 속 한 문장] 고민하는 힘 - 강상중 / 좋은 책 / 좋은 구절 / 좋은 문장 / 추천 도서 / 추천 책 / 인기 책 / 베스트셀러 / 독서 / 책 읽기 / 서평 / 리뷰 / 요약 / 발췌 / 정리 / 서점 / 인터넷 서점

Posted by 젊은 시인
: